펄어비스가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붉은사막>의 출시 예정일을 2025년 4분기로 발표했습니다.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또다시 출시일이 연기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펄어비스가 구체적인 출시일을 언급한 건 이번이 고작 두 번째입니다. 기존에 떠돌던 출시 예정일에 대한 소문은 증권가에서 나온 추측이 대부분이었죠. 그렇기에 ‘출시일이 계속 연기된다’는 비판에 대해 펄어비스 측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붉은사막> 프로젝트는 2018년 ‘프로젝트 CD’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지스타에서 <붉은사막>이라는 타이틀을 선보였습니다. 이듬해 컨퍼런스콜에서는 목표 출시일을 2021년 4분기로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출시를 연기했고, 그 후로 3년 이상 출시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발언을 피해 왔습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을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선보인 개발사입니다. 그런 곳에서 AAA급 콘솔 게임을 선보인다고 하니 게이머들의 기대가 컸음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출시 연기 후 3년이 넘도록 마땅한 소식조차 없었으니, 그들의 시선에 불신이 쌓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오죽하면 ‘주가 방어용 가짜 프로젝트’라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을까요.
그런 와중에 2024년 게임스컴에서 <붉은사막>의 시연 버전이 공개됐습니다. 상당한 완성도를 선보이며 많은 이들을 감탄하게 만들었죠. 여론은 반전됐고 불신은 다시 기대로 바뀌었습니다. 예상보다 길었던 개발 기간에 대해서도 ‘자체 엔진 개선 작업과 게임 개발을 병행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밝혀지며 대체로 호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그 후 11월에 이어진 지스타에서 한국 게이머들에게도 체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심지어 게임스컴에는 없었던 새로운 보스를 추가한 버전이었죠. 펄어비스 부스는 지스타 내내 긴 대기열이 이어져 있었으며, 시연을 마친 유저들의 반응 또한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쪽이었습니다.
게임시장에서 AAA급 게임의 출시 연기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물론 출시 연기에 따른 결과가 항상 좋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사이버펑크 2077’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이야 여러 차례 개선을 통해 명작의 반열에 올라서긴 했으나 출시 당시 직후의 분위기는 처참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붉은사막>은 그간의 작업물을 공개했고 시연을 통해 퀄리티를 인정받은 상태입니다.
지스타 2024에서 선보인 게임의 모습은 확실히 남달랐습니다. 캐릭터 모델링, 텍스처의 질감, 광원 처리, 물리 효과 등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오브젝트와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인상적이었죠. 거기에 게임음악계의 거장 류휘만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탄생한 웅장한 BGM이 더해지며 게임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지스타 시연 버전은 전투에 초점을 맞춘 만큼 <붉은사막>의 세계를 두루 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 9월, IGN에서 공개한 플레이 영상이 완성도 높은 오픈월드의 모습을 담고 있었기에 더욱 아쉬운 부분이었죠. 불친절한 조작 방식이나 과도한 파티클 등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이는 개발 중인 게임이라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문제점이며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 게임 시장을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시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 같은 작품이 연달아 등장하며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습니다. 원하든 원치않든 그런 흐름을 이어받게 된 <붉은사막>에 걸린 기대치는 무척 큽니다. 펄어비스로서는 높아진 기대치에 걸맞는 결과물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출시일을 2025년 4분기로 발표했다는 점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계속 말을 아껴오던 펄어비스가 마침내 출시일을 확정했다는 사실입니다.
더욱이 2025년에는 ‘보더랜드4’, ‘둠: 다크 에이지’, ‘몬스터 헌터 와일즈’, ‘기어즈 오브 워: E-DAY’, ‘문명 7’, ‘GTA 6’등 온갖 기대작들이 출시됩니다. 그중 일정이 구체화 된 타이틀은 대부분 2025년 상반기, 최대 기대작인 ‘GTA 6’는 2025년 가을 출시로 예정돼 있습니다. 불필요한 경쟁을 피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2025년 4분기 출시는 나름 전략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로서도 처음 걸어가는 길입니다. 펄어비스뿐만이 아닙니다. 국내 어떤 게임사도 섣불리 내딛지 못했던 길을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오랜 기다림에 대한 이유는 이미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제 1년 남았습니다. 펄어비스의 도전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그리고 <붉은사막>이 한국 게임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도 기대가 큽니다.
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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