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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수용 등록일(수정) : 2024-01-18 14:52:23
  • [모바일] 아쉽지만 감개무량! 맛깔나는 창세기전 신작! ‘창세기전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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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전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인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하 회색의 잔영)’ 출시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음 프로젝트인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이하 창세기전 모바일)’까지 정식 출시됐다.

이제는 모바일의 M자만 나와도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확 낮아질 정도로 한국 모바일 게임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 그런데 별 기대가 없었던 ‘창세기전 모바일’이 제법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이쪽이 창세기전의 부활을 알리는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설령 그것이 낮은 기대치와 ‘회색의 잔영’의 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일지라도, 게임 자체의 퀄리티가 받쳐주지 못했다면 그 반사이익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일주일간 창세기전 모바일을 플레이해 본 결과, 시리즈 팬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이는 ‘창세기전 4’,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 ‘창세기전: 안타리아의 전쟁’등, 시리즈 부활을 위한 프로젝트가 연달아 좌초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뜻깊은 결과다.




▲ 낮았던 기대치와는 달리 결과물은 제법 괜찮았다.


창세기전 모바일의 장르는 원작과 동일한 SRPG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수집형 RPG’에서 비롯된 요즘 모바일 게임의 문법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스테이지 방식의 월드맵, 스태미너, 재료 던전, 결투장, 무한의 탑, 일명 ‘숙제’라 불리는 일일 퀘스트와 주간 퀘스트까지. 창세기전의 세계관에 맞게 이름은 달라졌으나, 구조 자체는 동일하기에 모바일 게임이 익숙한 유저라면 한눈에 어떤 콘텐츠기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콘텐츠 구성은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보이는 형태다.


이 선택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기존 창세기전 시리즈는 끝이 존재하는 패키지 게임인 반면, 창세기전 모바일은 유저들을 계속 붙잡으면서 서비스를 이어가야 하는 온라인 게임이니까. 단 10분 만이라도 매일매일 꾸준히 접속할 이유를 만드는 편이 서비스 측면에서 훨씬 유리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이런 콘텐츠 구조는 수많은 게임을 거치며 그 효과를 증명해 오지 않았던가.

물론, 이 구조를 식상하다 여길 유저도 있겠지만, 식상하다는 것은 곧 익숙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창세기전 모바일은 이미 SRPG라는 장르에서 진입 장벽을 안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그 외의 부분에서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어필하는 선택은 합리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 어쩐지 익숙한 레벨업 메뉴. 대충 봐도 어떻게 쓰는지 알 것 같다.

▲ 역시나 익숙한 장비 메뉴.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기존 팬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게임의 첫인상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긴 공백을 깨고 나온 창세기전 신작은 추억 속 모습과는 전혀 다른 ‘흔하디흔한 모바일 게임’의 형태를 하고 있었고, 수익 모델이 캐릭터 뽑기와 무기 뽑기인 것을 확인했을 때는 치가 떨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아직 이 게임을 잡고 있는 이유는 창세기전 모바일이 의외로 창세기전의 매력을 잘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100% 만족스럽진 않다. 그러나 타협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미래의 가능성까지 고려했더니, 필자의 마음속 저울이 약간이나마 긍정 쪽으로 기울었다.


▲ 캐릭터 뽑기를 봤을 땐 화날 뻔 했는데

▲ 막상 해보니까 생각보다 많이 괜찮았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SRPG로서의 정체성이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창세기전 모바일이 원작보다 훨씬 뛰어나다. 사실 창세기전은 SRPG로서 그리 잘 만든 게임은 아니다. 이는 비단 창세기전 2뿐만 아니라, 패키지로 출시된 모든 창세기전 시리즈가 마찬가지다. 전체마법과 초필살기로 적들을 쓸어버리는 시원시원한 맛. 이는 창세기전의 최대 매력인 동시에 SRPG로서의 정체성을 박살 내버리는 약점이기도 했다.

반면, 창세기전 모바일은 ‘랑그릿사’같은 정석적인 SRPG의 틀을 따른다. 비슷한 레벨이라면 적과 아군의 능력치에는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전투 시에 등장하는 적의 수는 대부분 아군보다 많고, 맵 전체를 공격하던 전체마법은 범위가 대폭 축소됐으며, 초필살기는 발동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범위와 위력도 대폭 감소했다. 원작처럼 적진에 뛰어들어 초필살기로 정리하는 플레이는 아예 불가능하다.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여기까지 와서야 마침내 SRPG 스러운 면모를 갖추게 된 것. 이로 인해 전투의 피로도가 높아지긴 했으나, 별 3개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소탕 기능이 제공된다. 따라서 스테이지당 한 번만 제대로 플레이를 하면, 이후 재료를 얻기 위한 반복 플레이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 SRPG로서의 완성도는 원작 이상이다.

▲ 전투는 스위치 버전 ‘회색의 잔영’보다 스케일이 크다.

▲ 물론 창세기전의 특징인 초필살기도 빼놓을 수 없지.


캐릭터 뽑기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이나, 그 덕분에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을 비중 있게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원작에는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실제로 기억에 남는 이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캐릭터 외에, 이들과 함께하는 수많은 조연에게도 동일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니, 팬으로서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나.

이는 창세기전 모바일이 수집형 게임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게임 구조상 스토리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와 실제 전투에 참여하는 캐릭터가 다르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 원작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캐릭터들도 다수 등장한다.

▲ 너무 많이 변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은 경우도 있다.


시리즈 최대 특징인 방대한 스토리는 창세기전 모바일의 환경에 맞게 옮겨왔다. 월드맵이 스테이지방식으로 바뀌면서 게임 진행이 스토리 → 전투 → 스토리 → 전투 형태로 간소화됐는데, ‘육성이 필요한 구간’에서 일시적으로 흐름이 끊어진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지루함을 유발하던 ‘이동, 탐사’ 과정이 사라져 온전히 스토리와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풀 보이스를 지원하는 메인 스토리는 성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원작보다 더 높은 몰입감을 끌어낸다. 리메이크된 BGM도 일품이다.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더욱 웅장해진 BGM은 창세기전의 방대한 세계관과 스토리에 한층 더 깊이를 더해준다.



▲ 손 놓고 멍하니 듣게 되었던 월드맵 BGM.


이렇듯 ‘창세기전 모바일’은 시리즈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서는 합격점을 받을 만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이게 얼마 만에 나온 ‘제대로 된 창세기전’인가? 기존 팬의 입장에서는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의 이야기다. 시리즈 부활 측면에서 보자면 합격점일지 몰라도, IP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적어도 현재의 창세기전 모바일에 신규 유저를 끌어들일 만한 힘은 없어 보인다.

창세기전이 한국 올드 게이머에게 의미가 깊은 IP인 만큼 팬심을 빼고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히 IP의 힘에 기댄 추억팔이로 끝낼 것이 아니라, 한국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IP의 부활과 확장을 노리고 있다면 창세기전 모바일은 ‘창세기전’이라는 틀을 벗겨낸 후에도 좋은 게임이어야 한다. 

지금의 창세기전 모바일은 어떤가? 익숙한 모바일 게임의 구조를 차용했으나 그 편의성을 온전히 가져오지는 못했다. 학창 시절 밤을 새울 정도로 빠져들었던 방대한 세계관과 서사는, 웹소설을 보면서 자란 세대들에게는 느릿느릿하고 답답한 일명 ‘고구마’에 불과했다. 이는 변해가는 시대, 변해가는 소비층의 니즈를 쫓아가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다.


▲ 기존 팬들에게는 친숙한 내용이겠지만,
요즘 유저들에겐 진부함으로 1,2위를 다투는 최악의 도입부.

▲ 적군을 피해 귀환하는 위험한 상황에 멋대로 이탈하는 왕자라거나,

▲ 목숨줄을 쥔 사람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대는 기사,
요즘 식으로 말하면 ‘발암’요소가 한가득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팬이 아닌 이의 시선에서 봤을 때, 이 게임의 캐릭터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이를 온전히 창세기전 모바일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원본인 창세기전 2 자체가 인물 개개인을 조명하기보다는 굵직한 사건 위주로 서사를 전개하는 작품이기에, 서사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캐릭터의 매력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다고 주요 캐릭터의 설정이나 디자인을 바꿔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개발사 입장에서도 참으로 난감할 것이다. ‘하야 벨’처럼 비중이 낮은 캐릭터야 성별이 바뀌고 외모가 바뀌어도 큰 문제는 없었지만(오히려 인기가 더 늘었지만), 이올린, 라시드, 흑태자, 베라딘 같은 주요 캐릭터의 설정을 바꿔버리면 관련된 서사가 모조리 틀어질 위험이 있으니까.


▲ 서사를 모르면 캐릭터의 매력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것이 최대 약점이다.


창세기전 모바일의 세계관은 창세기전 2에 한정되지 않고 창세기전 시리즈 전체를 아우른다. 이는 지난 인터뷰에서 개발사가 직접 밝힌 내용이며, 게임 시작 시 나타나는 코스모스 시스템의 모습에서도 넌지시 드러난다.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개발팀 해체라는 안타까운 결말 맞이했기에, 당분간은 창세기전 모바일 홀로 이 프로젝트를 견인해야 한다. 가장 기대받지 못한 작품이 가장 좋은 결과를 냈고 이제는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창세기전 모바일이 현재의 약점을 극복하고 남은 시리즈를 모두 전개해, 차세대 창세기전으로 당당히 그 이름을 떨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 이 화면이 ‘서풍의 광시곡’으로 넘어가는 그날을 기대한다.


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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