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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등록일(수정) : 2016-09-29 11:35:52
[모바일] 수식어가 필요 없는 진짜 미친놈, 트레버 필립스 이야기

http://www.hungryapp.co.kr/news/news_view.php?durl=YmNvZGU9... 신고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창작물에서는 종종 광기에 물든 캐릭터가 등장한다.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 ‘조커’가 그렇고,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원조 ‘프랑켄슈타인’이 그렇다. ‘왕위를 계승 중입니다’라는 명대사를 널리 퍼트린 ‘아서스’도 이런 유형의 캐릭터라 볼 수 있다.

이들은 비록 미쳐있지만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다. 또한, 광기(狂氣)에 물들었다고 하거나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호칭을 붙여주는 등, 뭔가 멋있어 보이는 수식어로 꾸며주는 편이다. 미치광이라고 한다면 캐릭터성은 분명 강하겠지만, 아무래도 명칭에서 오는 부정적인 인상을 가리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여기에 말 그대로 ‘미친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기 어린 인간? 분노의 화신? 매드 사이언티스트? 이런 수식어는 일절 필요 없다. 이 인간은 그냥 미쳤다. 복수를 위해 인간성을 버린 것도 아니고, 사악한 힘에 물든 것도 아니다. 그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그놈이니까’는 말 하나로 모두를 이해시켜버리는 역대 최고의 미치광이.

바로 GTA5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트레버 필립스다.

※주. GTA5에 대한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 이 친구도 만만치않게 나쁜놈이지만, 트레버와 비교하면 진짜 천사다.

(마이클, 전직 무장 강도)

트레버 필립스는 전직 무장강도, 현직 마약/총기 밀매상이라는 어이없는 전적을 갖고 있다. 마피아, 갱, 폭주족 등 화려한 전적을 지닌 역대 주인공들과 비교해봐도 절대 꿀리지 않는 직업(?)이다.

트레버가 어떤 인물인지는 등장과 동시에 드러난다. 지저분한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거사를 치르던 트레버에게 전작 확장팩(GTA 4 The Lost and Damned)의 주인공 조니 클레비츠가 찾아와 자신의 여자친구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트레버는 그런 조니에게 역으로 화를 내며 바지를 벗으라고(…) 윽박지르다 화해하는 척하더니 이내 잔인하게 죽여버린다.

사실 조니도 그리 만만한 인물은 아니다. 비록 확장팩이지만 GTA 시리즈의 엄연한 주인공이며, 밀고자를 처리하기 위해 교도소를 정면으로 털어버릴 정도의 배짱과 힘을 갖고 있다. 그런 인물을 시작하자마자 때려죽이고는, ‘다른 패거리가 쳐들어오기 전에 먼저 가서 쓸어버리자’며 역으로 폭주족 아지트에 쳐들어가는 것 아닌가? 그 순간 바로 감이 온다. ‘이놈 진짜 미친놈이다.’

▲ 교도소를 정면으로 털어버린 전적이 있는 조니조차 트레버 앞에서는 설설 긴다.

트레버의 기행은 GTA5를 플레이하는 내내 계속된다. 자신의 계약을 가로채 갔다는 이유로 경쟁 마약상 오닐 형제의 농장을 불태우더니 중국의 삼합회와 전쟁을 치르고, 멕시코 갱단 보스의 아내를 납치하는 등,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극악무도한 짓을 일삼는다. 그런 인간이 담력이 세고 실력까지 좋으니 어지간한 범죄자들은 엄두도 못 낼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기도 한다.

민간 군사기업에서 수송 중인 무기를 강탈한다거나, 군부대에 들어가서 탱크나 헬기를 훔치기도 하고, 심지어는 핵무기를 빼돌려서 중국에 팔아넘기려 한 적도 있다. 이쯤 되면 걸어 다니는 폭탄이 따로 없다. 아니, 폭발하기 전까지는 안전하다는 점에서 폭탄이 훨씬 낫다. 이 인간은 허구헌 날 터져대니까.

▲ 트레버에 비하면 차라리 폭탄이 안전할 정도다.

최소한 폭탄은 가만히 내버려두면 터지지는 않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트레버가 멍청한 인물은 절대 아니다. 다른 두 주인공 마이클과 프랭클린과는 달리 트레버는 대학까지 졸업한 고학력자로, 이따금 내뱉는 대사에서 오히려 지식수준은 높은 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어렵다는 공군 조종사 과정 밟은 것만 봐도 예사롭지 않다. 심지어 정규 교육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전투기를 배정받기 직전까지 갔었다. 정신 감정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조종사가 되지는 못했는데, 공군에 지원한 목적을 ‘폭탄이나 핵무기를 쏴 보고 싶어서’라 대답한 것이 탈락 이유라고 한다.

높은 지식수준을 가진 미치광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더욱 끔찍한 것은 작중에서 트레버가 저지른 온갖 미친 짓에 대해, 스스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오로지 폭력 하나뿐인 인간이, 사회의 규칙까지 싸그리 무시해버리고 있으니 허구한날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본인은 그게 나쁜 짓이라 생각하지 않으니 답이 없다. 휘말리는 주변인들만 불쌍할 뿐.

▲ 폭넓은 지식, 뛰어난 조종 실력, 심지어 고문 기술까지 갖고 있다.

미친놈이 똑똑하기까지 하니 악마가 따로 없다.

오죽하면 동료들마저도 트레버를 무서워할까. 적어도 역대 주인공들은 나쁜 놈일지언정 동료와의 우애는 나름대로 깊은 편이었으나, 트레버의 동료들은 트래버가 조금이라도 화를 내면 하나같이 도망치기 바쁘다. 물론 트레버도 나름대로 우애는 있다. 죽은 친구를 애도하고자 어깨에 문신을 새기거나, 경찰에게 쫓기는 동료를 버리고 갈 수 없다 말하는 등 의외로 의리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등장하자마자 트레버가 때려죽인 조니, 내친김에 몰살시켜버린 폭주족들, 그리고 경쟁 마약상인 오닐 형제들까지도 이전까지는 나름대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는 점이다. 비록 당장은 동료나 이웃으로 취급받더라도, 당사자의 기분에 따라 언제 맞아죽을지 알 수 없으니 모든 이들이 가능한 트레버를 가까이 하지 않으려한다.

▲ 아는 사이라고 봐주는 거 없다. 수틀리면 다 박살내버린다.

이렇듯 인간말종의 끝을 보여주는 트레버지만 뜻밖에 인기는 높은 편이다. GTA 시리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주인공이라 불리기도 한다는데, 게임이 게임인 만큼 차라리 솔직하고 일관된 모습이 유저들에게는 좋게 비치는 모양이다. 나쁜 쪽으로 일관적이긴 하지만…….

흔히들 말하는 어른들의 사정이나 어른스러운 대응 따위 트레버는 일절 개의치 않는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도 강하다. 시비를 걸어오는 상대를 날려버리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상대를 날려버리고, 사업을 방해하는 상대도 날려버린다. 가끔 ‘저 인간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트레버는 그것을 거침없이 실행해버리니 상황에 따라서는 시원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죽은 친구를 애도하는 문신. 뜻밖에 의리는 있는 편이지만 기준을 알 수 없다.

애초에 이 인간이랑 엮이고 살아남은 인물이 손에 꼽을 정도니…….

게임이기에 가능한, 과하게 자유로운 그의 삶은 크고 작은 불합리를 겪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편으로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미친놈. 트레버 필립스는 절대 현실에 존재해서는 안 될 인간이지만, 가상 세계에서만큼은 그 시원시원한 모습이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인간을 발견했다면, 당장 경찰서로 달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