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신작 오버워치는 FPS 장르의 게임이면서도 비교적 쉬운 게임성과 액션 게임 못지 않은 역동적인 플레이로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4년 여간 계속되던 리그오브레전드 독주 체제가 오버워치의 등장으로 리그오브레전드-오버워치 양강 체제로 재편되는 등 게임 계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오버워치 리그도 성황리에 개최중이다. 여러 온라인 대회가 진행 중인 와중에 최근 OGN이 오프라인 대회 개최를 발표하면서 오버워치 한국 리그도 폭발적인 성장을 준비 중에 있다.
그동안 스타크래프트, 하스스톤 등 다양한 게임 리그를 개최해온 헝그리앱은 지난 9월 20일, '헝그리앱 오버워치 리그'를 개최했다. 헝그리앱은 오버워치 리그를 정기 대회로 만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오버워치 온라인 대회로 성장시킬 계획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준비 중에 있다.
리그 차별화의 일환으로 헝그리앱 오버워치 리그는 기존에 알려진 중계진이 아닌 천보영-박의종이라는 신선한 조합으로 중계진을 꾸렸다. 천보영 캐스터는 한국을 대표하는 레이싱모델로 최근 레이싱모델에서 전문 MC로 전향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에 있다. '킬링하트' 박의종 해설위원은 세계적인 맥크리 장인으로 이번 헝그리앱 오버워치 리그가 해설자 데뷔 무대다.
지난 16강 개막전, 천보영 캐스터와 박의종 해설위원은 함께 한 첫 중계였음에도 불구하고 큰 실수 없이 깔끔한 중계를 선보였다. 특히 천보영 캐스터는 새내기 캐스터라고는 믿기 힘든 정확한 발성과 안정적인 진행으로 호평을 받았다. 준수한 외모 만큼이나 깔끔한 진행 능력을 갖추고 있어 이현주, 정소림의 뒤를 잇는 e스포츠 여성 캐스터로의 성장을 기대하게 했다.
지난 27일, 16강 2회차 경기를 앞두고 천보영 캐스터와 '킬링하트' 박의종 해설위원을 만나봤다. 이미 개막전에서 호흡을 맞춰봐서인지 두 사람은 한층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천보영 캐스터는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천보영=사실상 올해부터는 완벽히 레이싱 모델 일을 그만두고 캐스터에 집중하고 있다. 핸즈 모터스포츠 패스티벌이라는 레이싱 대회에서 중계 아나운서로 전향했다. 작년에 MSI 스타2 여성부 리그 이후 레이싱 모델을 접고 게임 캐스터로 활동하고자 했는데 마침 이렇게 헝그리앱에서 제한을 해주셔서 캐스터를 맡게 됐다. 이제 새내기 캐스터 천보영으로 불러주셨으면 좋겠다(웃음).
박의종=사이퍼즈를 4~5년 정도 했는데 게임이 사그러들고 전망이 어두워서 오버워치로 전향했다. 사이퍼즈 할 때 BJ를 하면서 해설도 몇 번 했는데 이렇게 정식 대회는 처음이다. 오버워치 전향 이후 개인 방송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헝그리앱에서 연락이 와서 중계진에 합류했다.
중계진에 합류를 결심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천보영=사실 기회가 없어서 캐스터로서 활동을 못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헝그리앱 측에서 캐스터 제의를 주셨다.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시즌1이 끝나가던 시점부터 오버워치를 열심히 하고 있던 참이어서 내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잘 할 수 있다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이렇게 중계진에 합류하게 됐다.
박의종=사이퍼즈에서 오버워치로 전향한 것은 기존에 쌓아놓은 시청자를 버린 것이나 다름 없는 결정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오버워치 시작과 함께 시청자도 모이고 마침 해설 제의가 들어와서 기회를 잡고 싶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웃음).
게임 계와 인연을 맺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천보영=과거에 게임을 좋아해서 유저로 대회에 출전했다. 창천 온라인 대회였다. 내가 창천 온라인 대회에 출전한 최초의 여성 유저였다. 이후 다음 대회부터 여성 출전자가 나왔고, 그 여성 유저와 특별전도 했다. 그 인연으로 정소림 캐스터와 리그 중계까지 맡게 됐다. 이후 온게임넷(현 OGN)에서 게임 관련 방송일을 했고 그게 게임 계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그때 리그 중계를 하면서 본 정소림 캐스터가 내 롤모델이 됐다.
정소림 캐스터가 롤모델이 된 이유가 있나?
천보영=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에 전부터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열혈 시청자였다. 창천 온라인 리그를 통해 정소림 캐스터와 합을 맞춰보니 내 스스로 생각보다 말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지금 다시 돌려보면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중계인데 그때는 그렇게 느꼈다.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방송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게임 캐스터를 꿈꾸게 됐다. 다만 당시에는 캐스터로 올라설 등용문이 없었고, 그 굴과 연이 닿아서 레이싱 모델을 하게 됐다.
박의종 해설위원은 오버워치로 전향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박의종=사이퍼즈를 하던 시절 액션토너먼트 1회와 2회 대회에 출전했었다. 그런데 대회는 다른 프로 종목 게이머만큼 준비하는데 그만큼 보상이 나오지 않으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오버워치로 전향하게 됐다. LOL은 사이퍼즈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서비스된 게임이라서 사이퍼즈에서 LOL으로 옮겨가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막 시작되는 오버워치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버워치가 사이퍼즈와 은근히 비슷한 부분이 많다. 퀘이크나 팀포트리스2가 더 유사하기는 하지만 사이퍼즈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오버워치에 적응하기 쉬웠다.
지난 개막전을 통해 첫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박의종=내가 먼저 말해도 되나? 다시보기를 계속 돌려봤다. 내게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였다. 중계석으로 화면이 넘어왔을 때 내가 보영 누나를 받쳐주지 못하고 다 죽이고 있더라. 너무 긴장을 해서 그때 누나가 던지는 말을 받아주지 못한 것 같다. 오늘은 그 부분을 신경 많이 썼다.
천보영=당연히 만족하스럽지는 않지만 박의종 해설이 너무 잘해줬다. 게임이 시작되니 의종이의 목소리가 바뀌고 톤도 달라지더라. 그래서 나도 긴장이 좀 풀렸다. 그런데 경기 중간에 내가 던지는 말을 계속 안 받아줘서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나 의기소침해졌다. 그런데 긴장을 해서 그런 거 였다니(웃음)...
박의종=중계석 화면에서는 긴장한게 맞는데 게임 중에는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게임에 집중하다 보니 누나의 말을 못 들었던 것 같다. 고쳐야 할 부분이다.
오버워치 실력은 어떻게 되나?
박의종=시즌1때 랭킹 70위까지 갔었다. 지금 시즌2는 경쟁전 점수가 3천점 중반대 정도 된다.
천보영=배치를 너무 못 봐서 1970점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1600점대까지 떨어졌다. LOL에서도 골드를 유지했는데 오버워치에서는 심해 소리를 들으니 속상하고 자존심도 상했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주구장창 경쟁전만 했다. 팀원들을 어르고 달래면서 했더니 2000점대를 회복했다(웃음).
평소 즐기는 캐릭터가 있다면?
천보영=로드호그를 즐겨 사용한다. 힐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평소 팀플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혼자 움직이는 것이 더 좋더라. 로드호그는 잡아 당기기만 하면 킬을 따내기 쉽고 자가 치유도 가능하며 몸도 단단하다. 이 갈고리 끄는 맛을 못 벗어나겠다. 원래는 정크렛과 바스티온도 즐겨했는데 정크렛은 폭탄 던지는게 힘들더라.
박의종=아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맥크리를 즐겨 한다. 시즌2 때 105시간 정도 했다. 맥크리는 섬광탄을 기본적으로 잘 맞춰야 하고, 경직시 무조건 헤드샷을 쏴야 한다. 이게 중요하다.
천보영=맥크리는 에임이 너무 힘들더라. 데미지도 강력해서 몇 대 맞지도 않았는데 죽는 걸 보고 참 무서운 캐릭터라는 생각을 했다.
게임 캐스터로서 갖고 싶은 능력이 있다면?
천보영=여성 캐스터의 경우 목소리가 거슬린다는 평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아는데 나는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 톤을 갖고 싶다. 그리고 큰 무대를 압도하며 진행할 수 있는 능력과 뛰어난 드립력을 갖고 싶다. 그래서 내 롤모델은 성승헌 캐스터다(웃음). 너무 존경스럽다.
해설위원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의종=해설자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은 분석력이다. 해설에 막힘이 없어야 하고 누구보다 전문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나는 10점 만점에 아직 5점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분석한 내용을 정확하게 표헌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아직 표현력이 조금 부족하다.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천보영=나는 박의종 해설이 오버워치 계의 김정민 해설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에도 잘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더 잘 생겼다(웃음).
박의종=평소 냉정하고 정확한 해설을 꿈군다. 그래서 김정민 해설위원과 같은 해설자가 되고 싶다.
화려한 외모가 캐스터 실력을 가릴 수도 있다.
천보영=오로지 캐스터로서의 능력만 가지고 평가 받았으면 좋겠다. 진행에 대한 지적이라면 어떤 부분도 다 환영한다. 많은 조언 부탁 드린다.
오버워치가 가진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의종=6명의 팀원이 하는 합동 게임이고, 리스폰 시스템을 통한 끊임없는 전투가 장점이다. 게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천보영=비슷하다. 빠른 전개가 장점이자 단점이 될 듯 한데 이는 만들어가는 사람의 몫인 것 같다. 보기에 정신없어 보인다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옵저버 시스템을 보완하고 리그가 계속돼 적응하게 되면 괜찮을 듯 하다.
이번 대회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볼 팀은?
박의종=오늘(16강 2회차) 경기를 하는 빅 픽쳐 팀이 주목할만하다. 제닉스 파워리그에서 프로 지향 팀 여러 팀과 대결을 해서 선전했다. 그래서 이번 우리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본다.
끝으로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박의종=아직 많이 미숙하지만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천보영=오버워치도 시작하는 단계이고 우리도 새내기 캐스터와 해설이다. 오버워치의 성장과 우리 중계진의 성장을 같이 지켜봐 주시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엉망진창이지만 우리는 어떠한 지적과 비판도 다 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 악플도 다 받을테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 화끈한 지적보다는 따끔한 지적이었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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